서울대 의대생이 50억 기업가치 인정받은 법 | 리소리우스 배상윤 대표

한국에서 들어가기 가장 어렵다는 ‘서울대 의대’에 재학하며 시드 투자유치를 성공한 대표님이 있습니다. 리소리우스 배상윤 대표님은 작년보다 얼어붙은 시드 투자 시장에서 기업가치 50억에 시드 투자를확정 받았는데요. 이는 팀 빌딩 1년 반만에 얻은 성과라고 해요.

그런데 샤대생에게도 시드 투자 라운드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제품도 없었고, ‘진심이 아닐 것이다’라는 편견을 받는 상황에서 리소리우스 배상윤 대표님은 어떻게 시드 투자를 유치했을까요? 파이낸셜 모델링과 함께한 리소리우스의 시드 투자유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1. 리소리우스는 의료 데이터를 일상에 풀어내요

가은: 안녕하세요 대표님! 리소리우스는 어떤 일을 하는 스타트업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상윤: 제 배경을 듣고 예상하셨을 것 같은데요. 리소리우스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이에요. 혹시 진료비 폭탄 맞을까 봐 병원 방문을 미뤄보신 적이 있나요?

가은: 음.. 정형외과나 안과, 치과, 피부과를 방문할 때 혹시라도 진료비가 많이 나올까 봐 미룬 적이 있어요.

상윤: 다들 그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 같은데요. 병원에 방문하기 전에 진료비를 미리 예측할 수 있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병원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리소리우스는 의료 데이터를 통해 의료비를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어요.

이를 위해 기존에 측정 및 활용이 어려웠던 ‘정신질환’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준비 중이에요. 리소리우스는 이렇게 수집한 의료 데이터를 ‘일상’에 녹이는 것을 중요시하는데요. 혹시 하루에 평균 몇 개의 어플을 사용하시나요?

가은: 카톡, 네이버 지도, 링크드인, 슬랙 … 매일 최소 10개는 사용하는 것 같아요.

상윤: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은 매일 9-10개의 앱에, 매월 30개의 앱을 사용한다고 해요. 이미 사람들이 사용하는 어플에 헬스 케어 관련 기능이 추가된다면, 의식적으로 노력 없이도 건강을 관리하게 하는 넛지 효과를 줄 수 있는데요. 저희 팀은 플랫폼, 마켓 플레이스, 협업툴 등 다양한 어플과 협업해 사람들이 데이터 기반 의료 최적화 솔루션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어요. 

가은: 함께 협업하는 어플의 특성에 따라서 리소리우스의 헬스케어 솔루션도 변하는 모델이군요. 마치 어떤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메타몽 같네요!

상윤: (웃음) 맞아요. 저희는 여러 상황별로 가설을 검증하고 그 상황에 맞는 헬스케어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 각 상황에 맞는 의료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 것에도 진심인 팀이에요.

2. 참을 수 없는 가설이 생겼어요

가은: 이런 질문 주변에서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상윤: 처음부터 스타트업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서울대 의대생으로 공부하면서 의료 데이터를 저렴하게 수집하는 하드웨어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어요. 병원에서 소변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데이터를 좀 더 저렴하고 쉽게 측정하는 기계를 연구했었죠. 이걸 계기로, ‘의료 데이터를 저렴하게 수집하고 이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서울대학교 벤처투자학회 SNAAC에서도 같은 고민을 이어갔어요. 

이렇게 의료 데이터 관련 가설 검증을 이어오다 올해 2월 ‘이건 투자를 안 받으면 검증할 수 없겠다.’ 싶은 가설이 떠올랐어요. 그렇게 본격적인 창업과 투자 유치를 결심했어요. 그런데 의대생이 창업했다고 말하면 항상 따라 나오는 반응이 있어요. “도대체 왜?” 

3. 말보다는 행동으로, 계획보다는 결과로

가은: 사실 저도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요. 투자자도 이렇게 생각했다면, 오히려 이 부분이 어려운 점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상윤: 맞아요. 종종 “명문대생이라 투자 잘 받은 거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듣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처음에는 내심 그렇게 기대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드 투자 유치를 준비하면서 명문대 의대생으로 이뤄져 있다는 저희 팀의 배경이 오히려 저희가 넘어야 할 산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투자 유치를 준비하며 리소리우스는 ‘창업을 좋은 경험으로만 여길 것이다’, 진심이 아닐 것이다’, ‘고민이 많고 실행은 느릴 것이다’라는 편견을 마주했기 때문이에요. 

속상했지만, 백 마디 말보다는 행동으로 우리가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매주 투자자를 찾아갔어요. 투자자를 찾아가서 우리의 비전과 꿈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았어요. 대신, 우리만의 가설검증 프레임워크 보여주며 우리가 한 주간 어떤 가설을 어떻게 증명했는지 보여줬어요. 

계획이 아니라 결과를 말하며 리소리우스가 머리로만 일하는 팀이 아니라, 실행과 실험에 초점을 맞춘 팀임을 알리려고 노력했어요. 이러한 행동이 액셀러레이터 분에게 ‘리소리우스는 ‘진짜 행동하며 빠르게 굴러가는 팀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요.

가은: 초기 스타트업인데도 불구하고 계획이 아니라 팀이 만든 결과에 집중한 것이군요!

상윤: 네. 제품을 본격적으로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MVP로 가설검증을 하며 매주 제품 데이터와 비즈니스 데이터가 쌓였는데요. 이걸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데이터를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데이터를 자주 보고, 팀에서도 데이터로 이야기하고, 모든 전략과 가설을 데이터로 환산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4. IR을 준비하며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가은: 창업 이전에도 연구를 하며 가설 검증을 하셨기 때문에 의료 데이터 나아가 제품 데이터는 익숙하셨을 것 같은데요. 대표님이 확인하셨던 ‘비즈니스 데이터’는 어떤 것이었나요?

상윤: IR Deck의 ‘BM(비즈니스 모델)’ 파트에서 이야기하는 지표들이에요. 저는 IR 덱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웠던 파트가 바로 비즈니스 모델 파트였는데요 ‘투자자들이 우리의 BM에 잘 공감을 못 하는 것 같은데, BM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MRR, LTV, CAC, Burn Rate와 같은 비즈니스 지표들을 배우고 사용하게 됐어요.

가은: IR 덱의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며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들기 시작하셨군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파이낸셜 모델링이란 무엇인가요?

상윤: 파이낸셜 모델링이란 우리 팀의 액션을 예산(돈)과 연결한 자료라고 생각해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희는 매주 가설을 검증하는데요. 이 가설 검증을 위해 ‘얼마를 사용할 수 있지?’를 체계적으로 계획한 게 바로 파이낸셜 모델링인 것이죠. 저뿐만 아니라 가설을 검증하는 모든 팀원이 파이낸셜 모델링을 기반으로 움직이면서 “다음 주에 이만큼의 지표를 찍어야 하고, 예산은 이 정도 사용할 수 있겠구나”라는 걸 자연스레 느끼게 됐어요. 

그러면서 팀원 간 소통도 쉬워졌어요. 대표인 저를 포함해 모든 팀원이 우리가 얼마를 사용했고, 다음 달에는 얼마를 사용할 수 있고, 이 예산을 통해서 만들어야 하는 제품과 비즈니스 지표는 얼마인지 따로 공유하지 않아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5. 투자자와 만날 때 목소리의 힘이 달라졌어요

가은: 리소리우스 팀은 파이낸셜 모델링을 모든 팀원이 공유하면서 소통하고 있군요! 처음에 의도하셨던 IR 덱의 BM 파트를 보완하는 데도 파이낸셜 모델링이 도움이 됐나요?

상윤: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들면서 투자자를 만날 때 목소리의 힘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저희 BM은 이것입니다”라고 추상적으로 이야기했는데요.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든 이후에는 “우리가 이 가설검증을 통해 이 지표를 달성하려면 얼마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만큼의 밸류에이션과 이만큼의 시드투자 유치가 필요합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어요. 파이낸셜 모델링이 제가 하는 주장의 근거가 되면서, 투자자들이 저희의 IR을 설득력 있게 느낀 것 같아요.  

리소리우스의 배상윤 대표님이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든 후 달라진 점: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든 후에는 "우리가 가설검증을 통해 이 지표를 달성하려면 얼마가 필요합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요.

가은: 혹시 리소리우스가 최근에 검증하고 있는 가설을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상윤: 리소리우스는 가설을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 나오는 XYZ 프레임워크로 표현하는데요. XYZ 가설이란 ‘X의 Y%는 Z 할 것이다’라는 가설인데요. 예를 들어, “중등 비만 환자의 14%는 러닝 인증 시스템이 추가된다면 러닝 거리가 일주일에 최소 1km는 증가할 것이다”라는 가설에서 X는 중등 비만 환자, Y는 14%, Z는 ‘러닝 거리가  일주일에 최소 1km는 증가’인 것이죠. 좀 어렵죠? (웃음) 

그런데 여기서 X, Y, Z에 해당하는 고객군, 고객의 비율, 러닝 거리는 모두 저희의 파이낸셜 모델링에 있는 지표에요. 이렇게 저희가 가설 검증에 파이낸셜 모델링을 사용하는 방법을 보면 파이낸셜 모델링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링’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요. 

가은: 대표님의 설명을 들으니, 리소리우스의 정체성은 ‘프레임워크‘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리소리우스의 포부 한 마디 들려주세요!

상윤: 리소리우스는 모든 지표 중에서 ‘리텐션’을 가장 중시해요. 마케팅 비용을 써서 많은 고객을 데려오더라도, 리텐션이 유지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소수의 고객이라도, 리텐션이 높다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어요. 때때로 리텐션을 높이는 비용을 마케팅 비용보다 더 사용하기도 해요.

그래서 앞으로 리소리우스가 풀 과제는 다양한 넛지를 활용해 고객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서비스를 만드는 거예요. 앞으로 한국에서 가장 ‘리텐션’이 높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 리소리우스를 지켜봐 주세요!


리소리우스 배상윤 대표님이 말하는 파이낸셜 모델링이란?

  1. 제품 데이터비즈니스 데이터를 함께 기록하는 곳
  2. 팀의 목표 지표와 예산을 연결하여 계산하는 곳
  3. 팀이 검증하는 가설을 숫자로 표현하는 곳 
  4. 가설 검증 현황을 점검하는 비즈니스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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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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