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액으로 버티던 시드 투자 라운드, ‘이렇게’ 하고 성공했어요 | 빌딩케어 이민우 대표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이렇게 투자유치가 어렵지?’ 빌딩케어 이민우 대표님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자신 있었지만, 투자자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고 해요. 투자 시장이 안 좋아졌지만 간절했기에 포기할 수 없었던 시드 투자 유치. 총 4조 원 이상의 가치의 상업용 건물들을 관리하는 국내 최초 상업용 건물관리 협업툴 빌딩케어가 스타트업의 첫 관문인 ‘시드 투자 유치‘를 어떻게 넘었는지 소개합니다.

순서

1. 시드 투자 라운드, 매주 수액을 맞으며 버텼어요

가은: 언제부터 시드 투자 유치를 준비했나요?

민우: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드 투자 유치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대기업과의 억 단위 협업 제안이 들어와서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기존 사업과 협업을 동시에 챙기면서 팀원들을 독려하고 열악한 환경이지만 성과도 내야 했는데, 투자 유치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몸이 버티질 못하더라구요.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았어요. 이때 티는 안 냈지만, 정말 지쳐 있었어요. 하지만 회사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투자 유치를 성공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시드 투자 유치가 정말 간절했어요. 

*시드 투자란?

시드 투자(Seed Round)란 스타트업의 정식적인 첫 투자 유치를 의미해요. Seed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시드 투자는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는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인데요. 보통 엔젤 투자자, 엑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털(VC) 등이 스타트업 시드 투자의 투자자로 참여해요. 시드 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신생 스타트업을 Pre-Seed 단계라고 부르기도 해요.

2. 열길 제품 속은 알아도 한길 투자자 속을 몰랐어요

가은: 시드 투자 IR 라운드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민우: 한마디로 말하자면 도대체 “투자자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걸까?”였어요. 되돌아보면, 투자자가 듣고 싶은 것과 저희가 강조하는 게 달랐어요. VC가 원하는 포인트를 강조해야 하는데 우리가 설레는 포인트를 강조했어요. 

비즈니스와 IR은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사업은 고객을, IR은 투자자를 먼저 생각해야 하죠. 그런데 처음에는 투자자가 원하는 것이 뭔지, 투자자의 관점이 뭔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우리 서비스에 대해서는 제일 잘 알고 있는데, 이걸 VC에게 어떤 포인트로 어필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감이 안 잡혔어요. 그러다 보니 금방 끝날 것 같은 투자 유치 기간이 2배 이상 길어졌어요. 팀원들은 저를 믿고 열심히 하는데 좋은 소식을 바로 가져오질 못하니 자존감이 떨어졌죠.

3. 누가 봐도 매력적인 히스토리로 IR을 재구성했어요

가은: 그런데 이번에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신 걸 보면, 투자자의 마음을 알게 된 것 같은데요. 투자자가 원하는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민우: 두 가지였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히스토리, 두 번째는 파이낸셜 모델링이에요. 먼저, IR을 저희 팀의 히스토리를 누가 봐도 흥미로운 포인트 중심으로 재구성했어요. 하나의 예를 들어드리면 5월에 IR 라운드를 돌면서, 투자자들이 공통적으로 흥미로워한 부분이 있어요. 바로 저희같은 작은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리드하며 PoC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사례인데요. 저희는 이게 저희의 사업이 아니다 보니 VC에게 강조를 안 했어요. 그런데 계속 이 부분에 대해 질문이 들어와서 ‘왜 이런 히스토리를 물어볼까?’ 고민했어요.

나중에 여쭤보니 ‘이제 제품을 검증하고 있는 작은 회사가 어떻게 대기업을 리드하며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지?’가 VC 입장에서는 궁금하고 매력적인 포인트라고 하더라고요. VC 입장에서는 이런 히스토리들이 일반적이지 않은 ‘매력적인’ 사례였던 거죠.

당신의 스마트한 건물관리 파트너 빌딩케어 웹사이트 모습

민우: 8월에는 이 PoC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만의 기승전결 스토리를 만들었어요. 대기업이 왜 우리에게 PoC를 요청했고, 어떤 부분에서 우리와 함께 사업을 하고 싶어했는지, 우리 팀은 왜 이런 러브콜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강점 중심으로 어필했어요. 그러자 투자자의 온도가 높아졌어요.

처음 만날 날 바로 투자하고 싶다는 투자자도 생겼어요. (웃음) 이걸 통해서 결국은 스타트업이 쌓아온 그 회사만의 히스토리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매력적으로 구조를 짜서 풀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제품을 만들고 사업에 몰입해 있다 보면 한 발짝 물러나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생각보다 힘들거든요. 

4. 저 대표, 과연 숫자도 잘 볼까?

가은: 빌딩케어의 PoC 경험을 중심으로 기승전결 갖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군요! 다음으로 투자자가 원하는 두 번째 포인트인 ‘파이낸셜 모델링’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세요!

민우: 투자자는 말 잘하는 대표를 좋아할 것 같지만, 아무리 말을 잘해도 ‘그런데 숫자도 잘 볼까?’를 따져본다고 해요. 저는 숫자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기회를 연결하고 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대표였어요. 대표가 숫자에 약한 것 같으면 바로 ‘런웨이는 어떻게 예측하냐’, ‘월간 성장률의 근거는 무엇이냐’와 같은 지표 관련 질문이 들어오는데요. 처음에는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을 잘 못 했어요. 그때부터 숫자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스타트업 경영 툴 ‘파운더스(Founders)‘를 알게 됐어요.

파운더스로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드니까 제가 달라지더라고요. 직접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들고, 매일 들여다보며 우리 팀의 지표를 다양하게 설계했어요. 그러니까 나중에는 같은 질문을 받아도 숫자를 보여주며 ‘아 그건 이런 근거로 이만큼 예상합니다‘라고 답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전에는 어려웠던 지표 관련 질문이 부드럽게 넘어가더라고요. 처음에는 파이낸셜 모델링이 부담스러웠는데 과정을 거치면서 ‘아, 이거 대표라면 무조건 잘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표 관문을 통과하니까 진짜 하고 싶던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낼 수 있었어요. 추가 질문도 나오고, 회사를 더 키우기 위한 투자 이후 전략에 대해서도 투자 하우스와 같이 아이디어를 모으고요. 시드 단계이기 때문에 ‘비전만큼 현실적으로 숫자까지 볼 줄 아는 대표인가?’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정말 강력한 것 같아요.

빌딩케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디원더 이민우 대표님의 모습

5.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들었어요

가은: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들면서 어떤 게 바뀌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민우: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들기 전에는 하나의 연결된 모델이 아니라 각각 예상되는 데이터들을 가져와 계산을 해서 ‘고객 수가 몇 명이고, TAM SAM SOM 시장이 이렇고, 이걸 몇 프로 점유하면 매출 얼마다.’ 이정도가 끝이었어요. 그러니까 예상 매출 그래프도 이상했죠.

하지만 파이낸셜 모델링을 만들면서 매출을 비용과 연결해서 계산하기 시작했어요. 이 정도 매출을 내려면, 운영 비용은 얼마나 들고, 몇 명이 필요하고 인건비는 얼마인지. 매출 목표를 위한 운영 비용을 따지게 됐어요. 그러니까 말이 안 되는 로직을 세운 게 보이더라고요. 세일즈를 3명으로 예상했는데, 한 명이 해도 되는 매출 수준이라던가, 이 매출을 찍는 시기에는 절대 5명으로 운영할 수 없다던가, 추가 인력은 언제 채용해야 하는가와 같은 것들이죠. 

파운더스로 만든 가상의 운영비용 계산 그래프

민우: 투자 유치도 다르게 생각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대략적으로 이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다’를 먼저 생각하고 계획을 짰다면 지금은 우리의 운영 계획과 전략을 기반으로 ‘이런 전략이면 이 정도 비용이 발생하네?’ 그러면 ‘이 전략을 더 잘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투자를 받아야겠다’라고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정말 약한 근거로 예상을 했다고 하면, 이제는 다양한 상황에 맞게 근거들을 채운 단단한 모델 생긴 것이죠. 

빌딩케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디원더 팀원들의 업무 모습

민우: 지금은 투자자가 “왜 빌딩케어는 한 달에 고객을 5개 유치하는 것으로 프로젝션했나요?”라고 물어보면, “고객 한 명당 사용되는 비용과 시간은 이만큼인데, 현재 저희의 팀원은 이만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라고 저희의 논리로 대답해요. 논리에 디테일도 있죠.

나중에는 IR 전날 최종 점검을 무조건 파이낸셜 모델링을 보고 했어요. 여기에 운영 전략이 다 들어있으니까요. “혹시 이걸 물어보면 이건 왜 이렇게 한다고 말하지?”를 팀원들끼리 시뮬레이션 해봤죠. IR을 마치고 돌아오는 월요일에는 팀원들끼리 파이낸셜 모델링을 보고 이번 주의 OKR과 KPI를 공유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그냥 열심히만 하면 투자금이 따라오는 게 아니구나. 제품과 서비스를 숫자로 표현하고, 그 숫자를 내가 알고 있어야 하구나’를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투자자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추게 돼서 시드 투자 유치를 위한 IR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 같아요.

6. 시나리오는 곧 논리에요

가은: 파이낸셜 모델링을 실제 경영에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요?

민우: 시드 투자를 받은 직후인 지금이 파이낸셜 모델링을 통한 경영 전략 수립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시드 자금을 어떻게 공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여러 비즈니스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는데요. 시나리오를 그려 봄으로써 B2C 고객 10명보다 B2B 고객 한두 명이 더 ROI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걸 바탕으로 경영 전략을 세웠어요. 전략의 근거가 모델링에서 보이니까 팀원들을 설득하기도 쉬워졌어요. 

프로모션도 마찬가지로 계산해요. 예전에는 ‘프로모션을 하자’라고 말하면 성과 목표는 있었는데 운영 비용은 예상하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마케팅 프로모션 하나를 할 때도 파이낸셜 모델링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요. 이 프로모션을 하면 언제 얼마를 쓸 거고, 이 정도 비용을 사용하면 런웨이가 얼마나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획득할 고객은 얼마인지를 다 연결해서 생각해요. 

가은: 시드 투자를 준비하는 대표님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민우: 저는 시드 IR 라운드를 준비하며 ‘내가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스스로 ‘민우야 이렇게 힘든데, 너는 이거 왜 하냐?’를 물어봤죠. 처음에는 답이 명확하지 않았어요. ‘나 이거 왜 하지?, 이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저것 때문인 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대표가 가지고 있어야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것 같아요. 실패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이 과정에서 이런 것들은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들이 들고 이런 생각들이 점점 구체화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왜 내가 이걸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빌딩케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디원더 이민우 대표님의 모습

가은: 그럼, 마지막으로 민우 대표님께서는 스타트업 왜 하시나요?

민우: 제가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는 세 가지에요. 인정, 관계, 영향력. 먼저 저는 남들이 가지 못하는 길을 가는 도전적인 경험에 대해서 인정받고 싶고, 이 과정을 함께할 좋은 팀원, 좋은 투자자, 좋은 협력사 등과 같은 좋은 사람들과 단단한 관계를 만들고 싶고, 그들과 함께 결국 세상에 긍정적이면서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요. 이 세 가지가 저를 동기부여 하는 핵심 이유에요. 

이렇게 확신이 생기고 나니까, 예전에는 미래가 걱정됐다면 지금은 설레요. 빌딩케어의 10년 뒤 모습, 빌딩케어가 만들어 나갈 미래를 말할 때 즐거워요. 열심히 하는 사람 위에 즐기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즐거워서 일하는 저희 팀이 만드는 미래를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빌딩케어 민우 대표님이 말하는 스타트업 시드 투자 IR 팁

  1. 타인의 시선에서 볼 때 가장 매력적인 히스토리를 기승전결로 보여주기
  2. 제품을 숫자로 표현하는 파이낸셜 모델링 만들고 숙지하기
  3. ‘숫자를 볼 줄 아는’ 대표임을 보여주기
  4. 내가 스타트업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확신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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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캔버스 김우진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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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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