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부트스트래핑이란? 라면으로 버티는 생존 전략

YC 콤비네이터를 창업한 폴 그레이엄은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라면만 먹고 버틸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라고 말했는데요. 초기 스타트업이 투자금이 없어서 라면으로만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도 다음 달부터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 스타트업은 투자를 많이 받은 스타트업보다 빠르고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그 이후로 스타트업 시장에서 ‘라면값 벌기(Ramen Profitable)’는 ‘파운더가 라면 먹고 살 만큼만 벌어라’라는 의미로, 시장의 불황마다 웃픈 밈으로 공유됐어요.

출처: 페이스북 @Techne

부트스트래핑‘은 라면만 먹으면서 창업하는 것과 비슷한 스타트업 경영 전략인데요. 최근 시장 상황이 나빠지며 한국에서도 부트스트래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 중 하나인 부트스트래핑 방법론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순서

스타트업 부트스트래핑의 정의

사업과 스타트업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저는 사업을 한다면 돈을 빌려야 할 것 같고, 스타트업을 한다면 투자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요. 그런데 스타트업이라고 꼭 투자를 받아야 할까요? 투자를 안 받고도 스타트업을 할 수 있을까요? 

부트스트래핑이란 외부 자본 투자와 비용 사용을 최소화하는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을 의미합니다. 즉 의도적으로 투자 유치를 받지 않거나 적게 받음으로써 경제 상황으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내실을 확보하는 것이죠. 부트스트래핑과 연결되는 키워드로는 #자립 #검소함 #적게 쓰기 #BEP 등이 있어요.

특히 2022년 후반기부터 거시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며 투자자들이 ‘영업이익을 내는 스타트업’에만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는데요. 이런 흐름에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현금을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 방법론인 ‘부트스트래핑‘과 변동비를 고려한 이익인 ‘공헌이익‘ 개념이 한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부트스트래핑을 하는 기업은 어디서 자금을 확보할까요? 부트스트래핑 기업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지만, 그럼에도 필요한 최소 비용은 대표의 개인 돈을 사용하거나 대출 및 신용 카드로 자금을 조달합니다. 부트스트래핑서 자금 조달 방법은 정해진 것이 없어요. 대신, 부트스트래핑을 하는 스타트업은 공통적으로 비용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빠르게 BEP를 달성함으로써 영업이익 혹은 순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해요.

스타트업 부트스트래핑의 장점

투자를 받지 않고 스타트업을 운영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 소유권과 통제권
  • 장기 최적화 가능성
  • 자생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
  • 가설 검증
  • 온전한 보상

(1) 먼저, 창업자가 비즈니스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발휘할 수 있어요. 만약 공동창업하거나 혹은 사업 초기에 엔젤 혹은 시드투자를 받게 되면 그만큼 창업자의 회사에 대한 지분이 줄어드는데요. 부트스트래핑으로 사업을 만들어 나가고 운영하면 창업자가 온전히 회사의 소유권을 가져요. 

(2) 외부에서 투자를 받지 않는다면, 외부 압력으로부터 창업자의 장기적인 비전을 지켜내기에 유리합니다. 투자 유치를 받았을 경우, 투자자가 우리 회사의 비전과 생각이 다르거나 혹은 이익 창출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현금화 혹은 다음 투자 라운드에 대한 압력 받을 수 있는데요. 이럴 경우 창업자의 생각과 달리 장기 최적화보다 단기 최적화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자생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운영할 수 있어요. 현재는 대규모 벨류에이션으로 받거나 심지어 IPO 한 유니콘 스타트업도 여전히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비즈니스 자체를 존속시킬 정도로 충분치 않아서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운영되고는 하는데요. 부트스트래핑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면 생존하는 것이 1차 목표이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집중할 수 있어요. 

(4) 부트스트래핑 방법론에서는 MVP 상태이더라도,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지 확인하면서 조금씩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따라서 투자유치를 많이 받아서 여유가 있는 기업보다 빠르고 명확하게 가설을 검증하고 피봇 혹은 확장을 결정할 수 있는 것도 부트스트래핑의 장점이에요.

비즈니스캔버스 고객 성공 담당 여인찬

(5) 또한 부트스트래핑으로 성장한 기업이 투자유치를 받거나 상장하는 경우, 초기 투자로 인한 파운더의 지분 희석을 최소화됐기 때문에 기업 가치 성장에서 오는 보상을 온전히 파운더가 돌려 받을 수 있어요. 지분을 투자자와 나눌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미 수익성을 증명한 상황이라면, 투자를 받을 때도 투자자를 상대로 협상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할 수 있어요.

부트스트래핑만이 정답일까?

시드니의 차고에서 신용카드로 확보한 $10,000를 가지고 창업한 아틀라시안(Jira)의 성공 스토리는 부트스트래핑의 교과서와 같은 이야기 중 하나인데요. 그런데 항상 부트스트래핑이 최고의 방법인 것은 아닙니다.

아틀라시안의 Scott Farquhar 대표는 “지금은 내가 했던 것처럼 부트스트랩을 하지는 말라”고 말하는데요. 현재는 10년 전보다 시장이 훨씬 더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극단적으로 부트스트래핑을 한다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Scott Farquhar는 외부 자본과 내부 지출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어요.

아틀라시안은 장기적인 최적화를 위해 짧은 기간에 많은 고객이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다고 해요. Farquhar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올해의 1달러와 내년의 1달러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며, 스타트업이 벤처 캐피탈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휩쓸려 할인과 매출에 압박받는 상황에 조금 거리를 두고 멀리 볼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Farquhar 대표는 부트스트래핑의 단점 중 하나로 ‘시장에서 소외 혹은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는데요, 부트스트래핑의 다른 단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스타트업 부트스트래핑의 단점

  • 작은 규모로 시작
  • 팀 빌딩의 어려움
  • VC, AC 네트워크 확보의 어려움
  • 밸류에이션 저평가 위험

(1) 부트스트래핑은 억대 단위의 시드 투자를 받고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비해 자본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규모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한 투자를 받은 기업보다 시간과 자원을 많이 투자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 번에 쑥 성장하기보다는 조금씩 천천히 성장해요.

(2) 부트스트래핑을 진행 중인 기업은 팀 빌딩 및 채용에 극단적으로 보수적입니다. 부트스트래핑하는 스타트업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특정한 업무가 필요하다면 사람을 채용하기보다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나 외주를 이용하거나 직접 배워서 해결합니다. 이러한 점은 투자 유치 이후 전략적으로 팀 빌딩을 해 나가는 다른 스타트업과의 차이점이에요.

(3) 아틀라시안 Farquhar 대표가 말한 것처럼, 투자를 받지 않은 스타트업은 VC(벤처 캐피탈), AC(액셀러레이터) 혹은 다른 스타트업과 네트워킹하고 협업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데요.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투자자와의 관계가 사업 개발 및 세일즈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만큼, 투자 기관이 제공하는 다양한 지원 제도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단점입니다.

비즈니스캔버스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

(4) 마지막으로 부트스트래핑으로 영업이익을 확보한 기업은 투자 유치에서 저평가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VC는 5~8년 정도의 정해진 기간 내에 엑싯을 해야 하는데요. VC들은 이미 영업이익이 발생하여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기업은 안정적이지만, 짧은 시간 내에 밸류에이션이 크게 뛸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해요. 

따라서 영업이익이 발생하여 안정적인 단계에 돌입한 스타트업에 대한 VC 간 투자 경쟁은 상대적으로 낮은데요. 이로 인해 투자를 크게 크게 받으며 성장한 기업보다 부트스트래핑으로 성장한 기업이 밸류에이션을 저평가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순수익을 지향하지만, 투자자는 기업 가치 성장을 통한 주식의 차익을 지향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예요.

결국 핵심은 비용과 매출

지금까지 부트스트래핑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결국 핵심은 ‘비용’과 ‘매출’입니다. 시장이 어려워질수록 비용을 최소화하고 매출을 최대화하는 것은 어느 시대든 통하는 생존 전략인 것 같아요. 다음 글에서는 부트스트래핑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을 소개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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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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