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사례 | 스톡옵션 부여를 아끼지 않는 이유(RSU, 팬텀스톡, 구주 라운드)

안녕하세요, 비즈니스캔버스 막내 가은입니다. 저는 비즈니스캔버스의 만 2년차에 들어와서 1년 동안 인턴으로 일하다가 올해 7월 정규직으로 입사하고 올해 말 스톡옵션을 부여 받았어요

인턴으로 일하는 동안 저는 스톡옵션을 기대하지 않았어요. ‘늦게 합류했으니까’, ‘경력이 없는 주니어니까’ 내심 기대하기도 했지만 먼저 말씀드릴 엄두도 못 냈죠. 먼저 합류한 다른 팀원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실례 같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우진님은 올해 여름 먼저 ‘가은님과 계속 함께 일하고 싶어요. 그래서 스톡옵션을 부여하려고 해요’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빈말 아닐까?’라고 의심하기도 했지만, 계약서를 쓰는 순간 저는 ‘내 청춘이 있을 자리는 비즈니스캔버스’라고 다짐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면서 한편으로 궁금증이 생겼어요. 왜 김우진 대표님은 스톡옵션을 아끼지 않는 것일까요? 제가 한 번 물어봤습니다.

제가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스터디한 결과를 팀원들에게 전하고 있는 모습이에요!

순서


가은: 우진님 안녕하세요.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스톡옵션에 대해서 들어보긴 했지만, 막상 부여하기까지는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제가 만약 대표였어도 우리 회사의 지분을 나눠주는 건 정말 어려운 결정일 것 같아요. 우진님은 왜 이렇게 스톡옵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건가요?

1. 스톡옵션 부여 이유: 동기부여

우진: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기부여죠. 스톡옵션은 스톡옵션 계약서에 명시된 행사가와 실제 주식 가격의 차이를 통해서 팀원이 차익을 누리는 개념인데요. 팀원이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시점의 행사가와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서 밸류에이션이 커지면, 주당 가격이 올라가고, 팀원의 차액이 커지죠. 즉 스톡옵션은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 성장과 연계된 가장 직접적인 보상이에요.

일반 스타트업 임직원이라면,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커진다고 해서 파운더가 아닌 팀원들이 가져가는 보상이 자동으로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게 바로 스톡옵션이죠.

실제로 스톡옵션을 행사하거나 주식을 매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저는 팀원이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다는 마음만으로 우리 팀이 그리는 미래에 대해서 더 많이 기대하게 되고, 이게 결국 업무에 녹아난다고 생각해요.

가은: 맞아요. 사실 저는 비즈니스캔버스에 비교적 늦게 합류하며 ‘부자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보다는,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고 뛰어난 사람이 많은 곳에 있는 게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스톡옵션을 부여 받은 순간부터 하루하루의 노력이 오늘로써 끝나는 게 아니라, 오늘의 노력이 미래에 나에게 보상으로도 돌아온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요즘은 자기 전에도 ‘우리 팀이 잘 돼야 하는데…’하는 마음으로 잠들어요. 직원이 아니라 회사의 일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스톡옵션을 많이 부여하다 보면, 나중에 스톡옵션이 모자라지는 않을까요?

2. 스톡옵션 부여 철학: 지금

우진: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나중에 뛰어난 분들을 채용해야 하는데, 그때 가서 부여할 스톡옵션이 부족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저는 항상 현재에 집중했어요. 먼 미래에 대한 계획과 마일스톤을 세우지만, 항상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과 바로 다음이었어요.

통계적으로 봤을 때 스타트업이 Pre-A 단계, 시리즈 A로 넘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미래에 스톡옵션이 모자라는 것보다, 지금 당장 인재 영입에 실패해서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크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과감하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스톡옵션 풀인 10% 중에서 절반 이상을 초기 멤버들에게 사용했어요. 투자자들도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해도 되나’라고 걱정하기도 하셨죠. 그런데 유망한 스타트업이 그냥 바로 유니콘이 될 수는 없어요. 그 전 단계를 다 거쳐야 해요.

그리고 저희의 비즈니스와 제품 특성상 유니콘이 되기 전까지 높은 인재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aaS 개발은 창의성, 문제 해결력, 분석력, 이해력 등 정말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거든요. 

3. 스톡옵션 부여 조건: 클리프

그리고 스톡옵션 주식 수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전체 주식의 10% 즉 비율로 계산되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유상 증자 신규 라운드를 돌 때마다 부여 가능한 스톡옵션 주식 수가 늘어나요. 그래서 처음부터 핵심 인재분들에게 스톡옵션 부여를 소극적으로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또한, 불안정성이 높은 스타트업 특성상 퇴사자 발생을 피하기 어려운데요. 한국은 상법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위한 최소 근무 기간(클리프)가 2년으로 설정되어 있어요. 그리고 스톡옵션 계약에 따라 기간별로 더 다양한 조건을 추가할 수 있죠. 일반적으로 2년 후 50%를 행사하게 하고, 3년 차에 나머지 25% 4년 차에 나머지 25%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클리프 기간을 짧게 가져가는 대신 촘촘히 길게 배치하는 게 트렌드인 것 같기도 하고요.

스톡옵션 베스팅, 클리프 원리
클리프: 2년, 베스팅 4년
스톡옵션 부여 시점으로부터 근무 기간이 2년 이상 됐을 때부터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스톡옵션 클리프 & 베스팅 설정 예시

이러한 클리프, 베스팅 조건을 활용한다면 스톡옵션은 정말 안정적이면서도 동기부여를 최대화할 수 있는 파운더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초기에 뛰어난 분들과 함께 성장하여 회사가 잘 된다면, 나중에 들어온 분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보상이 반대로 더 많아지고 강력해진다고 생각해요. 스톡옵션 말고도 대표가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대안 보상이 있거든요.

가은: 대안 보상? 파운더가 활용할 수 있는 보상이 스톡옵션 말고 또 있나요?

우진: 일단 회사가 성장하면 더 큰 연봉을 줄 수 있죠. (웃음) 그리고 지분 부여로는 RSU, 팬텀 스톡 등의 제도가 있어요. 

4. 스타트업 대안 보상: RSU, 팬텀스톡

스타트업 대안 보상 1: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우진: 토스가 채택해서 알려지기도 한 RSU는 스톡옵션처럼 최소 근무 기간 등 특정한 조건을 설정해 두고, 팀원에게 회사의 자기 주식을 부여하는 제도예요. 거시경제의 악화로 밸류에이션이 급격하게 오르기 어려운 시장에서는 스톡옵션보다 구성원들이 더 선호하는 옵션일 수도 있어요.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주주총회가 아니라 이사회의 동의를 받으면 부여 가능하므로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하고, 부여 대상자에 제한이 없어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요. RSU는 회사가 성장하는 한 대표가 계속해서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에요. 그리고 RSU는 구주 양수이기 때문에 스톡옵션과 달리 투자자의 지분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따라서 RSU 부여로 인해 기존의 지분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투자자와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어요.

스타트업 대안 보상 2: 팬텀 스톡(Phantom Stock, 가공주식)

우진: 팬텀 스톡 다시 말해 유령 주식은 주식을 준다고 가정하고 특정 조건을 만족했을 때 그에 따라 보상을 주는 주식 연계형 보상이에요. 특히 팬텀 스톡은 단기적인 동기부여를 할 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투자 라운드가 다음 라운드로 갈수록 데이터 룸, VDR, 파이낸셜 모델링 등 다양한 자료를 IR과 함께 참고 자료로 제출해야 해요. 따라서 투자 라운드를 도는 시기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팀원들의 역할이 필요한데요. 저는 IR 라운드 준비에 참여하는 팀원에 한해서 팬텀 스톡을 효율적으로 사용했어요. 

예를 들어, 1만원의 주식을 500주 부여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리고 투자 유치 이후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3배가 되며 주식이 1만원에서 3만원으로 3배 뛰었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러면 500만원이 1500만원이 되었겠죠. 그러면 다음 라운드가 되는 시점에서 그 차액을 주주의 동의를 받고 성과급으로 주는 제도에요. 

대표 혼자서 IR 라운드를 돌며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것보다, 팬텀 스톡을 활용하여 직간접적으로 팀원들을 참여시키고, 팀원들의 단기적인 목표를 우리 회사의 밸류에이션과 일치시키는 것이죠. 팬텀 스톡을 활용하면 회사의 주요 KPI를 구성원이 받는 인센티브와 연결할 수 있어요.

가은: 오 생각보다 다양한 제도가 있었군요! 그런데 제가 받은 스톡옵션, 정말 쓸 수 있나요? 언제 쓸 수 있나요?

5. 스톡옵션 행사 기회: 구주 라운드

우진: 비즈니스캔버스는 아직 상장하지는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많은 투자자분들이 구주에 관심을 가져 주신 덕에 올해 투자자분들의 동의 하에 구주 라운드를 열게 되었는데요. 구주 라운드를 통해 실제로 몇몇 팀원이 매우 소액이지만 구주 매각을 경험하실 수 있었어요.

저는 팀원들의 스톡옵션 행사 경험이 아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다른 팀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스톡옵션이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내가 정말 사용할 수 있는 거구나’하고 느끼게 되죠. 스톡옵션은 싸이월드 도토리가 아니거든요. (웃음) 지금까지 3년 넘게 큰 리스크를 앉고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는 코파운더와 초기 멤버들이 미약하지만 보상을 받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행복했어요.

그리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구주나 신주나 결국 같은 지분인데요. 구주는 일반적으로 신주에 대비해서 약 20% 정도 디스카운트를 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인 옵션이기도 해요. 정부 차원에서도 구주, 세컨더리 펀드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VC들도 지분을 엑싯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고 있고요.

가은: (이번에 새로 이사한 팀원의 집의 출처가 구주 라운드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저도 얼른 클리프 기간을 채워서 스톡옵션을 행사해보고 싶어요! 현금을 떠나서, 제 인생에서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상장사의 주식을 사거나 팔아본 적도 없거든요. 

이렇게 생각하면 제 관점 자체가 제 개인의 KPI나 성과가 아니라 ‘우리 팀, 우리 회사’로 바뀌는 것 같아요. 결국 중요한 건 저 혼자 잘하고 인정받는 게 아니라, 우리 회사의 가치와 이익이 커지는 것이니까요.

우진: 그렇게 말해주다니 벌써 든든한데요. 저는 가장 감사한 부부분이 이거예요.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아봤을 때 저는 팀 때문에 고민한 적이 거의 없었어요. 저보다 똑똑하고 매력적인 분들과 함께했어요. 

당장의 돈을 위해서라면 우리 회사에 올 이유가 없어요. 저희는 정말 하루하루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우리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 여정이 설령 실패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후회가 없을 사람들과 성장의 시간을 보냈어요. ‘팀’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비즈니스캔버스 사업개발 팀원 가은님의 모습

6.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대상: 팀

우진: 앞으로 회사가 성장하고 커지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저는 지금까지 팀을 업무 조직이 아니라 커뮤니티로 생각한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각자의 캐릭터를 갖고, 하모니 속에서 지내길 바랐어요. 시트콤 또는 드라마 처럼요. 그래서 나름대로 모든 팀원들의 매력을 발굴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하죠.

많은 분들이 ‘비즈니스캔버스 팀원들은 밤 12시까지 야근을 한다고요?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예요?’라고 질문하시는데요. 스톡옵션도 그렇고, 결국에는 ‘우리 팀’에 대한 공유된 생각이 기저에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팀에서 나오는 미친 기운. 뜨거운 몰입 경험. 대기업이나 일반 직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문화. 각자가 가진 독특한 캐릭터들. 여기서 나오는 케미 그리고 보상 체계. 이런 것들이 모여 파운더스리캐치의 기저에 있는 비즈니스캔버스라는 팀을 만들고 있어요.

비즈니스캔버스 팀원들

가은: 스톡옵션만이 정답이 아니었군요. 팀원 한 명 한 명 고민하고, 제품의 성공만이 아니라 ‘우리 팀’의 성공을 고민하는 우진님의 가치관이 결국 보상체계에 녹아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스톡옵션 부여를 고민하는 다른 스타트업 대표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우진: 아까 말씀 드렸듯이 스톡옵션 클리프는 보통 2년 후 50%, 그리고 베스팅은 3년차에 25%, 4년차에 25% 이런 식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스타트업에 일하는 분들에게는 4년도 긴 시간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3년으로 베스팅 기간을 줄이는 대신, 스톡옵션 부여를 한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언제든 필요 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편이에요.

그 누구도 2년 혹은 4년이 지났을 때 우리 회사가 생존해 있을 거라고 쉽게 확답할 수는 없어요.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지금의 순간순간이에요. 

유니콘 기업을 만든 어떤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위기가 없었던 스타트업은 없어요. 성장만 한 것 같은 곳도 매 순간이 위기였다고 말하죠. 스타트업은 미래를 위한 조직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오히려 현재 그리고 지금의 가치를 돌아보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 팀원의 동기를 최대화하고, 우리 팀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스톡옵션을 아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우진님의 솔직한 답변을 들어봤는데요. 저는 <인재>, <구주 라운드>, <대안 보상>, <팀>, <지금> 등의 키워드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다음 인터뷰에서는 그러면 도대체 언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게 좋을지, 스톡옵션 부여의 전략적인 타이밍은 언제인지 여쭤볼게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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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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