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연구원, 비즈니스를 ‘숫자로’ 보는 CEO가 되기까지 | 프레리스쿠너 김기연 대표

AI가 발전하며 다양한 일상생활의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중 ‘음성 데이터’의 잠재력을 포착한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바로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통화 데이터를 활용하는 B2B 서비스 ‘필리너’를 만드는 프레리스쿠너입니다. 프레리스쿠너 김기연 대표님은 원래 음성 AI 연구원이셨는데요.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기술을 직접 시장에 제공한다면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여 프레리스쿠너를 창업하셨다고 해요. 

하지만 연구창업의 줄다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기연 대표님은 기술 고도화와 매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대표가 되기 위해 ‘알을 깨고 나오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해요. 특히 투자 유치 라운드가 정말 막막하게 느껴졌다고 하는데요. CEO 기연님, Research Advisor 석복님, CTO 재민님과 시드 투자 유치까지 R&D 스타트업 프레리스쿠너의 성장 스토리를 공유합니다!

프레리스쿠너 기업 소개, Seed 투자 유치, 음성 AI, 통화비서, B2B, R&D 기업 프레리스쿠너

순서

프레리스쿠너의 기술 창업 마일스톤

  • 2022년 6월 예비창업패키지 선정
  • 2022년 6월 K-글로벌 스타트업 선정 
  • 2023년 3월 대전 청년창업사관학교 선정 
  • 2023년 5월 디딤돌 첫걸음 선정
  • 2023년 10월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시드 투자 유치

1. 연구실에만 있기 아까운 기술이었어요.

가은: 기연, 석복, 재민님 안녕하세요! 세 분의 코파운더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영광인데요. 어떻게 함께 프레리스쿠너 창업을 결심하게 되셨나요?

기연: 보통 스타트업은 ‘문제’를 먼저 찾고 그다음 해결책을 만드는데요. 저희는 반대였어요. 연구팀 출신이었기 때문에 기술이 먼저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희 코파운더들은 개인정보 보호 기술 음성 AI를 연구하는 연구팀으로 시작했어요.

연구하다 보니 음성 데이터는 개인적인 정보가 많아서 민감하지만, 그만큼 생산적인 정보도 많아서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 그리고 이 민감한 데이터를 제대로 보호하면서 잘 다룰 수 있는 팀은 우리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인터넷을 통하지 않고 휴대전화 기기 안에서, 즉 온디바이스 환경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 있거든요. 그렇게 온디바이스에서 통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정 수립, 내용 요약 등의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리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프레리스쿠너 김기연 대표님
프레리스쿠너 김기연 대표님

2. 창업 11개월, 런웨이를 처음으로 계산했어요.

가은: 창업에서 가장 어려운 게 아이템과 팀 빌딩이라던데, 프레리스쿠너는 이미 두 가지를 가지고 시작했군요. 창업 과정이 탄탄대로였을 것 같은데요?

기연: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창업을 해보니 더 어려운 한 가지가 더 있더라고요. 바로 ‘수익’입니다. IR 라운드의 핵심도 수익성을 보여주는 것이죠. 비즈니스는 비용과 매출로 이뤄져 있는데요. 연구를 할 때에는 비용과 매출에 대해서 고민할 일이 많지 않아요. 기술만 고민하면 되죠. 그런데 스타트업이 되면, 매출에서 비용을 빼고 남는 돈인 수익을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어요. ‘제품이 좋으니까,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겠지!’ 비용은 ‘기술 창업 팀이니까 기술 과제로 운영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창업 11개월 만에 파운더스로 런웨이를 처음으로 계산해 봤는데요. 남은 런웨이가 1년이 안 되더라고요. 그때 딱 정신을 차리게 됐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팀이 그냥 사라지는 거구나’ 흔히들 스타트업은 ‘생존’이라고 하잖아요. 생존과 죽음의 위기를 직면하는 순간이었어요. 

파운더스 런웨이 계산기
파운더스 런웨이 계산기를 이용한 가상의 런웨이 계산 예시

*파운더스 런웨이 계산기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런웨이를 계산해볼 수 있어요.

3. 이렇게까지 알을 깨고 나온 연구실은 없을 거예요.

가은: 런웨이를 모르다가 알게 되는 순간, 제가 생각해 봐도 아찔했을 것 같은데요. 그 이후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기연: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1) 비즈니스를 B2C에서 B2B로 바꾼 것이고, 두 번째는 (2) R&D 팀과 비즈니스팀의 목표를 나눠서 수립한 것이에요. 

보통 사업을 할 때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톡으로 안 하고 전화로 하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모든 업무를 컴퓨터나 폰으로 하다 보니 전화를 하면서 어딘가에 필기하기가 어려워요. 필리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생산성을 높여줍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B2C로도 매출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니, 고객이 효용을 느꼈어요. 그래서 ‘얼마의 지불 의사가 있는가?’를 검증해 봤어요. 우리가 매일 몇 시간씩 보는 유튜브 구독이 한 달에 최대 만 4천 원인데요. B2C로 접근하니까 한 달 만 4천 원의 벽을 깨기가 거의 불가능했어요. 그리고 일상생활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분명 편하고 좋은 일지만, ‘일상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돈을 지불한다?’는 또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 돈을 내서 해결하고 싶을 만큼 중요한 문제를 찾아봤어요. 저희 제품을 베타 때부터 가장 잘 사용하고 계신 사장님이 계시는데요. 그 분께서는 ‘고객과의 약속을 잡을 때’ 필리너를 이용해요. 여기서 힌트를 얻었어요. 저희 제품이 부가가치를 가장 많이 만드는 곳은 바로 ‘일할 때’ 구체적으로는 ‘고객을 관리할 때’였어요. 그래서 B2B로 가설검증을 해보니 몇만 원 이상을 지불하더라도 필리너를 사용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쏟아졌어요. 

또 B2B일수록, 큰 기업일수록 보안이 중요한데요. 필리너는 API 없이 음성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안이 확보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B2B에서 엄청난 강점이 됐어요.

매출 및 고객 유입 관점에서는, 기존에는 5천 원으로 100명에게 팔아야 했던 것을 5만 원으로 10명에 팔아도 같은 매출을 낼 수 있게 됐어요. 원래는 현금성 마케팅으로 큰 비용을 태우며 성장하려고 했는데요. B2B 세일즈가 중심이 되며 목표 달성 전략 및 비용 사용 계획도 바뀌었죠.

가은: 그래서 필리너가 B2C 생산성 앱에서 B2B 솔루션으로 포지셔닝을 바꾸게 된 것이군요. R&D 팀과 비즈니스팀의 목표 설정도 궁금해요.

석복: 앞선 이야기와 통하는데요. B2C에서 B2B로 비즈니스모델을 바꾸며 깨달은 점이 바로 ‘연구실 안에서 우리가 상상한 것과 실제 세상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는 점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고객의 실제 목소리를 자주 듣고 있어요. UX도 처음 기획과 많이 바뀌었죠. 그런데 저희는 R&D 중심 팀이고, R&D는 미래를 보는 조직이기 때문에 미래와 현재 사이의 시차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해요. 이걸 메꾸는 역할을 기연님께서 주도하고 있어요.

기연: 맞아요. 연구 DNA가 있다 보니 지금 당장 매출을 내는 서비스를 구현해야 한다는 사실을 팀원들에게 설득하는 게 어려웠어요. 내부 반발도 극심했죠. (웃음) 그런데 막상 기술을 만들었는데 살 사람이 없으면, 그 기술은 좋은 기술이지만 비즈니스는 될 수 없잖아요. 핵심은 결국 고객이 실제로 효용을 느끼는지에 있는데요. 이 가설 검증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유료 고객 유치에요. 그래서 R&D 중심 팀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프로덕트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은: 생각보다 B2B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기까지 내부적인 갈등이 있었군요!

석복: 갈등 정도가 아니라 R&D 팀은 그렇게 못한다! 안 하겠다! 이렇게 반발했죠. (웃음) 농담이고요. 저희의 핵심 기조가 보안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고,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까지 많은 논의와 고민이 오갔어요. 

재민: 기연 대표님이 없었다면 아직도 중심이 ‘사용자’가 아니라 ‘기술 개발’이었을 것 같아요. 

기연: 저도 창업 후 가장 바뀐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에요. R&D 팀의 강점은 기술 개발인데, 노력하지 않으면 무수한 가설과 상상 속에서만 연구하게 되기가 쉬워요. 그래서 R&D와 비즈니스 목표를 단기적으로 분리했어요. R&D 팀은 R&D 팀대로 논문 게재 등 목표를 정하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팀대로 매출 계획을 세워서 유료 고객을 확보하면서 런웨이를 관리하고, 기술 개발도 챙기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기연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프레리스쿠너 Research Advisor 석복님

가은: 다들 기연님에게 설득이 되신 건가요?

재민: 지금은 실제 고객으로부터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만 할 때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석복: 이렇게까지 알을 깨고 나온 연구실은 없을 거예요.

4. 지원금이 아니라, 성장에 맞춘 비용으로 런웨이를 관리해요.

가은: 파운더스로 런웨이를 처음 계산해 보셨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런웨이를 관리하기까지 하시는군요! 런웨이 관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기연: 런웨이 관리를 쪼개서 말하면 비용, 매출, 현금 보유고 관리에요. 그런데 그냥 쓰고 버는 게 아니라 미리 플래닝하고 결과를 보는 게 관리에요. 프레리스쿠너는 예비 창업 패키지 이후 정부 지원 사업 5개를 따냈는데요. 지원금을 받으면 이 가설 검증을 위해서 이 비용을 써야겠다가 아니라, 그냥 지원금에 맞춰서 돈을 썼어요. ‘이 돈은 이때까지 소진해야 하니까’라는 생각으로 비용을 처리했었죠.

그런데 파운더스에 들어가니까 ‘지원금이 얼마야?’가 아니라 우리의 ‘매출 성장률 목표가 얼마야?’라는 질문이 나오더라고요. 지금까지 우리 사업이 아니라 정부 사업을 하고 있었구나! 아차 싶었어요. 파운더스 매출 탭과 고객 유입 탭을 사용하면서 ‘우리 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얼마가 필요하지?’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게 됐어요. 

지원금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표를 기반으로 얼마가 필요한지를 산정하는 작업을 사실상 되게 부끄럽지만 그때 처음 해봤던 것 같아요. 그냥 어림짐작으로 ‘우리 곳간은 풍요로우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파운더스를 이용해 지원 사업이 아니라 우리의 목표를 기반으로 필요한 비용을 산정하고 모델링을 돌려보니, 지원사업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올해 하반기에 투자 라운드를 돌았고 2개월 만에 투자유치를 클로징 했습니다.

5. MRR도 몰랐는데, 이제는 숫자로 이야기해요.

가은: 어려운 시기에 2개월 만에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시다니! 너무 축하드립니다! 투자자를 설득하는 프레리스쿠너의 비법이 있었나요?

기연: 저는 MRR이 뭔지도 몰랐어요. 심사역이 ‘사업에 얼마가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물어보셔도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비즈니스 숫자에 약한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파운더스로 비즈니스를 숫자로 쪼개서 계산하며 비즈니스 숫자를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투자 유치를 돌 때도 ‘연구원 출신 R&D 대표인데 사업을 숫자로 좀 볼 줄 아네?’라는 느낌을 준 것 같아요. 비용과 매출 구조가 머릿속에 들어가 있으니, 심사역의 날카로운 질문도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숫자 뒤에는 주어진 시간 안에 달성하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어요. 저는 스타트업이라면 ‘예산 안에 하자’가 아니라 ‘최대한 빨리 하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가장 비싼 리소스이기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지원 사업 제안서를 써서 큰돈을 따오면 좋다는 러프한 접근이었다면, 지금은 목표를 기반으로 예산을 분배하고 사용함으로써 가장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고 있어요. 

투자 유치 결정도 생존만 하려 했으면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대표가 되면서 R&D 스타트업도 자금 계획, 세부적인 마일스톤,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돈에 휩쓸려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이런 점들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것 같아요. 연구 과제의 접근방식에서 창업가의 사고방식으로 탈바꿈하는 한 해였습니다.

가은: 기연님에게 파이낸셜 모델링이란 결국 가장 빠른 성공으로 가는 지도군요! 마지막으로 세 분이 생각하시는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기연: 저는 필리너를 쓰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게 성공인 것 같아요. 카카오톡처럼요. 궁극적으로 저희가 만드는 필리너는 누구나 쓰는 AI입니다.

석복: 개인적으로는 저의 연구가 일상생활에 녹아들면서 가족들이 저의 연구 성과를 알아주면 그게 성공일 것 같아요. 기술 차원에서 저는 ‘프라이버시’가 한국 사회에서 요구되고 중요해지는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프레리스쿠너가 지향하는 프라이버시 철학이 세상의 스탠다드와 접목되는 때가 온다면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쁠 것 같아요. 

재민: 회사 차원의 성공은 두 분이 이야기 해주신 것 같아 개인적인 성공을 말씀드려 보자면, 같은 미래를 바라보는 저희가 모여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는 지금 그 자체로 성공인 것 같아요. 저는 연구가 굉장히 창의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연구 자체를 사랑하는데요. 같은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끼리 어떤 목표를 정해서 연구하고 그 결과를 실제 사용자들과 바로바로 공유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저에게는 찬란한 성공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프레리스쿠너 CTO 재민님

석복: 저도 답변을 수정하고 싶어질 만큼 멋있는 답변이네요. 제 건 빼주세요. (웃음)

기연: 맞아요. 필리너의 기술은 딱딱한 기술이 아니라 정보와 데이터에 대한 저희의 철학이 녹아든 기술이기 때문에 어떤 인간성을 갖춘 기술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뛰어나지만, 현실에 도태되는 서비스가 아니라 진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프레리스쿠너를 함께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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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출신 대표님이 있다고요? 국내 명문 게임 학원에서, 프로 게임단까지 창단한 게임PT 대표님께서는 ‘게임’에도 전문이지만, 스타트업 정부지원사업에도 전문이라고 하시는데요. 게임PT 홍태욱 대표님의 정부지원사업 공략법을 확인해 보세요!

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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