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시장은 작다? IR 시장 규모 파트 이렇게 풀어냈어요 | 아트스푼 한민우 COO

2022년, 국내 미술시장의 미술품 거래액이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NFT,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미술과 데이터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지만 미술품이 거래되는 갤러리 시장은 여전히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작품 판매 상태와 위치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거나 가격이 불투명하게 결정되기도 하죠.

미술 시장의 데일리 툴이 되어 한국 미술 시장을 흡수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미술 시장의 ‘구글 워크스페이스’가 될 아트스푼(Art Spoon) 한민우 COO님을 만나 봤습니다.

아트스푼 작품인벤토리, B2B, 작가이력관리, B2C

순서

1. 갤러리 계의 ‘나까마 킴’을 대체하고 싶었어요.

민우: 안녕하세요, 성경호 대표와 함께 창업하여 현재 아트스푼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아트라식스 한민우 COO입니다.

아트라식스 한민우 COO
아트라식스 한민우 COO님

민우: 시작은 갤러리 간 미술 작품 리세일이었어요. 인사동에 유명한 큰손 한 분이 계셨어요. 갤러리 간 작품을 직접 리세일하고 거래하시는 분이었는데요. 많은 주요 작품이 정식 문서 하나 없이 그분 손을 거쳐서 거래되었어요. 

거래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서,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갤러리도 값비싼 작품을 이분 통해서 거래했죠. 이런 ‘큰 손’ 중개인을 속된 말로 ‘나까마(仲間, なかま)’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분이 갤러리 계의 ‘나까마 킴’이었어요. 나까마 킴은 정식 문서 하나 없이 갤러리 간 작품을 직접 운전하고, 거래하시며 작품을 리세일했어요. 작품 거래가 ‘나까마 킴’ 한 분을 통해서 이뤄졌던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나까마 킴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문서화 되거나 데이터화 되지 않은 부분에서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나까마 킴 없이도 미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알 방법이 있을까? 그래서 미술 시장의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모이고, 갤러리들이 서로 신뢰하고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여기서 아트라식스의 서비스인 ‘RAKAMA(라카마)’가 탄생했습니다. 현재는 이 라카마가 ‘아트스푼’으로 리브랜딩 됐어요.

민우: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면서 데이터가 축적 단계를 넘어 현재는 ‘활용’ 단계로 넘어왔는데요. 미술 시장의 데이터는 아직 ‘축적’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아트스푼은 미술 시장의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이것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효용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폰이 만들어진 이후로 세상이 바뀐 것처럼,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죠.

아트라식스 한민우 COO

2. 미술 시장의 ‘데일리 솔루션’ 아트스푼을 만들었어요.

민우: 미술시장의 참여자인 갤러리와 작가가 데일리로 사용하는 솔루션을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하여 미술시장의 참여자들이 직접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에요. 

폐쇄적인 미술 시장을 혁신하려면 먼저 파편화된 데이터를 모아야 하는데요. 갤러리 관계자와 아마추어 그리고 프로 작가들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든다면 반복적이고 형식적인 일을 효율화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즉 아트스푼은 미술 시장의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갤러리용 서비스와 작가용 서비스를 통해서 미술 시장의 데이터를 모으고 난 이후에는 갤러리 간 중개, 기업 절세용 작품 판매, 아트 홈퍼니싱, 갤러리 간 작품 리세일과 같은 서비스로 수수료 매출을 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트스푼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세 가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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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갤러리용 SaaS 솔루션(무료)
  2. 작가용 SaaS 솔루션(구독형)
  3. 작품 리세일(수수료 기반): 갤러리 간 거래 작품 거래, 기업 절세용 미술 작품 플랫폼, 아트 홈퍼니싱

3. 갤러리 시장 규모의 한계, 무료 정책으로 풀어냈어요.

민우: 시장 규모와 비즈니스의 확장성을 고려한 전략이에요. 먼저 갤러리 사용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갤러리의 경우 뚜렷한 페인포인트, 문제 상황을 겪고 있어요. 또한 미술과 관련된 주요 데이터는 갤러리를 매개로 모이고 흐르죠. 하지만, 한국의 미술시장은 규모가 한정적이에요. 

한국에서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미술 갤러리는 약 500개 내외인데요. 스타트업에는 ‘확장성’이 중요하잖아요. 점유율이 100%에 달해도 고객 수가 500개가 최대인 비즈니스 모델은 한계가 있어요. 유료화한다고 하더라도, 갤러리 매출이 저희에게 의미 있는 숫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IR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피드백 중 하나가 ‘미술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좋은데, 시장 규모가 너무 작지 않을까요?’였습니다. 그래서 IR 발표 덱에서도 시장 규모 파트를 풀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어요. 

민우: 시장 규모가 한정적이라면, 작은 시장에서 수익화하기보다는 빠르게 시장을 점유하여 추후 아트스푼이 목표로 하는 미술 시장 중개 비즈니스의 기반이 될 데이터를 흡수하는 게 효과적이리라 판단했어요. 그래서 갤러리용 서비스에서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선택했어요. 

바로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현재 아트스푼은 해외 경쟁사가 제공하는 갤러리용 기능의 90% 이상을 현지화하여 무료로 갤러리에 제공하고 있어요. 

민우: 가격뿐만 아니라 기능에서도 갤러리가 아트스푼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도록 기존의 허들을 없애려고 하고 있어요. 해외의 갤러리용 SaaS 서비스는 한국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가격뿐만 아니라 기능에서도 문화와 정서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따라서 기능도 한국의 현재 갤러리 문화에 맞추어서 개발하고 있어요. 

민우: 처음에는 피드백을 받기조차 어려웠어요. 아트 페어를 돌아다니면서 갤러리들에게 제품을 보여주고 설득했는데요. 잡상인 취급을 당했어요. 그래도 뚝심 있게 관계를 쌓고, 갤러리를 하나씩 확보했어요. 

고객을 만나 보니 ‘인벤토리 관리’ 즉 수장고 관리 기능의 반응이 좋았어요. 갤러리의 경우 작품과 관련된 문서들이 파편화되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선별할 때마다 새로 또 문서 작업을 해요. 아트스푼에 작품 데이터를 올려 두면 필요한 작품만 필터링해서 문서와 작품을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4. 작가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었어요.

민우: 아마추어 작가의 경우 공모전이나 페어를 참여할 때마다 작품과 더불어 서류 작업이 필요한데요. 서류 작업을 못 해서 탈락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그리고 아마추어 작가에게는 자기 PR이 매우 중요한데, 포트폴리오 웹사이트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아트스푼 서비스를 이용하면 작품과 관련된 문서를 손쉽게 제작 및 관리하고, 자기 PR용 개인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작품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온라인 뷰잉룸), 이력(CV) 관리 프로필, 인스타그램 연동 기능이 있죠. 링크만 전달하면 보여주고 싶은 작품들, 이력을 한 번에 공유할 수 있어요. 

사용성에 집중해서 서비스를 개발했더니 벤치마크 솔루션보다 이탈률이 낮고 사용률이 높은 편이에요. 현재 작가용 서비스는 구독 모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작가용 솔루션도 가격을 무료로 제공하려고 해요. 

사실 유료화를 해도 사용자가 있다면, 무료로 정책을 바꾸었을 때, 더 빠른 확장력과 장악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죠. 아트스푼이 가지는 확장성은 사용자 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이 공간에 모이는 데이터의 잠재력과 갤러리 간 작품 리세일 기능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5. 목표 달성을 위한 타임라인을 ‘파운더스’로 관리해요.

민우: 맞아요. 갤러리와 작가를 통해서 데이터를 모으면, 이를 기반으로 미술 시장에서 저희의 세 번째 비즈니스 모델인 중개 및 작품 판매 비즈니스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요. 사용자 수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고, 그때까지 저희 팀이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료 정책으로 언제까지 몇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을 때 비용과 자금이 어떻게 변할지 계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그걸 파운더스로 계산하고 있어요. 

파운더스 파이낸셜 모델링
파운더스 파이낸셜 레포트로 만든 가상의 고객 수 및 신규 고객 수 플래닝 화면

민우: 내부적인 마일스톤을 달성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 그때까지 필요한 비용, 매출에 따른 런웨이 변화를 파운더스로 관리하고 있어요. 

또한 작가용 서비스는 B2C에 가까운 만큼 마케팅 비용과 고객 확보 비용이 발생하는데요. 어떤 마케팅이나 영업을 진행해야 적은 비용으로 많은 고객을 데려올 수 있는지, 마케팅 전략에 따라 매출 원가는 어떻게 변하는지를 파운더스를 통해서 추적하고 관리하고 있어요. 

파운더스 매출원가 예시
파운더스로 제작한 가상의 매출원가 그래프 예시

민우: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한 스타트업 혹은 IR 발표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에 추천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머릿속에서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파운더스를 사용하며 규격화됐어요. 그리고 규격을 언제든 가시적으로 딱 볼 수 있어요. 머리에 들어있을 때보다 또 다른 느낌을 주는데요. 그걸 투자자도 느끼는 것 같아요.

파운더스 파이낸셜 모델링
파운더스 파이낸셜 레포트 내 마일스톤 지표(*해당 이미지는 가상의 모델링입니다.)
파운더스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트스푼 한민우 COO와 성경호 대표님
파운더스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아트스푼 한민우 COO와 성경호 대표님

6. 올해 아트스푼은 갤러리 시장의 50%를 점유할 거예요.

민우: 현재 갤러리 시장을 20% 정도 점유했는데요, 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높이고 싶어요. 아트스푼은 한국 조각가 협회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한국 조각가 협회뿐만 아니라 위성 아트페어 및 프라이빗 부티크 아트페어에 아트스푼 서비스 후원하여 갤러리 점유율을 높일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 부티크 아트페어에서는 ‘갤러리 간 작품 리세일’ 기능도 런칭하려고 해요.

작가용 솔루션은 주간 활성 사용자를 10배로 높이고 싶어요. 많은 사용자를 만나면서 정말 미술 시장의 참여자가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는지 찾고 싶어요. 

민우: 참고로 기업의 경우 사무실 미화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매하면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요. 비즈니스캔버스에 미술품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세요. (웃음)

미술 작품이 걸린 아트스푼의 사무실 모습
미술 작품이 걸린 아트스푼의 사무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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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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